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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이름: 관리자    작성일자: 2016-08-03 05:48    조회수: 2948    
육아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육아는 아이 중심이라고 생각해 부모는 아이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려 노력한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에 버럭 화를 내다가도 금세 미안해하며 때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이보다 엄마가 더 아프고, 심지어 아이와의 관계 혹은 부부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시험에 드는 육아에는 심리학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3인을 만나봤다.


부모 자신을 돌보다
“엄마 아빠는 위로가 필요하다”

엄마 아빠는 수퍼맨 수퍼우먼이 아니다. 부모 역할은 무겁고 부모의 길은 외롭다. 그림으로 심리치료를 해온 김선현 교수는 더는 이 시대 부모들이 지치지 않길 바란다고, 그러려면 자신을 위로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육아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이미지 1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지금 당신처럼.”

병원을 찾은 아이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 김선현 교수는 아이가 무슨 색을 고르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부모와 상담을 진행한다. 부모는 고민을 털어놓고, 김선현 교수는 아이 그림에 숨은 의미를 찾아준다. 부모와 상담만으로도 아이가 안정되는 경우도 있다. 엄마 아빠가 변하면서 아이 문제가 치유되는 것이다. 미술치료라고 하면 주로 문제 있는 아이들이 치료받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부모들의 방문도 늘었다. 김 교수는 치료, 정확히 표현하 자면 위로가 필요한 건 이 시대를 사는 부모라고 말한다.


양육은 혼자만의 짐이 아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아빠 뒤만 쫓던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반항하고 옆집 아이보다 뒤처지는 것 같을 때 부모 마음은 아프기 시작한다. 특히 엄마들은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워킹맘은 직장을 다니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전업맘은 늘 곁에 있는데도 아이를 다 이해하지 못해 안타깝다.

“양육은 공동 책임인데 엄마 역할이 더 많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짊어질 짐이 자꾸 쌓이는 거죠. 문제는 대처 방법을 모른다는 거예요.”조언과 이론은 넘쳐나지만 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 화살이 자녀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문제 있는 아이 뒤에 문제 있는 부모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정작 위로가 필요한 부모가 위로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싸면 동네를 돌며 집집마다 소금을 얻어 오게 했다. 잘못해서 벌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 옛 관습에 숨은 의미는 ‘관심’이다.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거죠. 내 아이는 아니지만 이웃끼리 함께 위로하고 치유하자는 표현입니다. 요즘은 이런 문제를 공유할 이웃이 없어요. 알려지면 수치라고 생각해서 가족끼리 꽁꽁 싸매고 숨겨요. 가족이라고 해봐야 부모와 자식뿐이에요. 결국 부모가 싸매고 있는 거예요. 모든 것이 부모 짐이 되니까 무겁고 지치고 힘들죠.”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세대 간 가치관도 달라졌다. 결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부모들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아이도 키워야 하다 보니 좌충우돌한다. 가치관과 환경이 다르니 부모의 부모 세대는 멘토가 되지 못한다. 오늘날 부모들이 기댈 곳이 없는 것이다.


부모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술치료나 심리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변했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미술치료를 받기도 한다. 김 교수는 당장 필요한 건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힐링하는 법을 찾아야 해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떠나도 좋아요. 그러려면 아이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해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끈끈한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는 자신을 버리는 희생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부모가 주관을 갖고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길 바라요. 제 아이들이 서울대나 하버드대를 간 건 아니지만 잘 키웠다고 자부하는 건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 역할만 했다는 거예요. 아이가 아픈데 출장 중이라 달려가지 못할 땐 저도 힘들었죠. 하지만 바쁜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많은 실수를 경험했고, 그 과정을 통해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스무 살이 넘은 두 아들은 어린 시절, 엄마 없는 집을 지키고 혼자서 학교에 다녀야 했지만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자식 하나 키우자고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아이가 엄마 아빠의 성적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가 성공해야 부모가 성공하는 게 아니라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각자 인생을 사는 거죠. 엄마나 아내로만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요즘 황혼이혼이 많잖아요. 평생을 참고 살다 행복해지고 싶고 내 삶을 갖고 싶어 선택하는 건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뒤늦게 시작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평생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아이 키우는 게 아니라,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부모가 되면 좋겠어요.”

더는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만의 힐링타임이 필요한 때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니까.
 

  • 육아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이미지
    김선현 교수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 교수로 사람들의 상처를 찾아내고 위로하는 마음 주치의다. 트라우마 극복 노하우를 담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림으로 아이의 심리를 읽는 [엄마는 아이의 마음 주치의]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9월엔 상처받은 나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그림과 조언으로 일러주는 신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다
“아빠가 늘 옆에 있을게”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아빠와 아들만 덩그러니 남은 세상. 시간을 다투며 살던 아빠는 그제야 행복의 의미가 가족에 있음을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아빠는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쌓으려고 한다. 좋은 부모란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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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스물일곱 해 살아온 딸하 이런 얘기가 있다 집 속에 몸 몸속에 집 하므로 집 속에 집이고 집 밖에 집이라 몸 속에 몸이고 몸 밖에 몸일 수밖에…. 너안에 나 나 안에 네가 있음에 살아 있어 너를 보는 것이 행복하구나, 아이야”


방송기자와 앵커로 일하던 아빠는 늘 바빴다. 아빠의 빈자리를 묵묵히 채우던 엄마는 아팠다. 어린이날 로봇 선물을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며 병원으로 떠난 엄마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민호와 아빠 강남구 씨는 아무런 준비 없이 둘만 남았다.


“차갑게 변한 아내를 보면서 나는 지금껏 뭐를 위해 산 건지 의문이 들었어요. 민호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다 일보다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민호를 잘 키우고 싶기도 했고요.”


혼자 해내야 하는 부모 역할은 쉽지 않았다. 서툰 요리 솜씨야 아이 끼니를 챙기면서 조금씩 늘었지만, 엄마를 잃은 아이 속마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상담이었다. 영유아아동상담센터를 찾아 민호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배웠다.


“민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아이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때 알았어요.”


매일 방송국으로 출근하던 아빠는 이제 대학원을 다니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민호와 아빠의 관계다.


아이를 동등하게 이해하라

연애를 시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아이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지금 뭘 하자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할 때 아이 마음을 알면 답이 보인다.


“아내가 5월에 떠났는데, 지난 5월에 민호가 만화 [은하철도 999] 주제가를 자주 부르더라고요. 유독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라는 구절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아이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인가 보다 싶더라고요. 예전의 저라면 왜 저런 노래를 부르냐며 혼자 속상해했을 거예요.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아이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 등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대할 때도 여유가 생기죠.”


“공부하기 싫고, 친구가 밉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공부해야 성공한다”,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반응한다면 언젠가 아이는 부모 앞에서 입을 닫을지도 모른다. 강남구 씨는 아이가 떼쓰고,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할 때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아이는 자신이 어떤 얘기를 해도 받아준다고 믿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요. 훈육보다는 ‘아이가 부모인 날 이만큼 의지하는구나’라고 다르게 생각했으면 해요. 저도 민호가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심리를 공부하기 전엔 한 부모 가정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우려해 민호에게 엄격하게 대하기도 했지만 이젠 아이 시선으로 마음을 바라본다. “주어를 부모가 아니라 아이로 두면 도움이 돼요. ‘너는’ 이런 감정이구나, ‘너는’ 지금 이걸 하고 싶구나라고 이해하는 거죠.”


우산을 든 채 비를 맞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법은 우산을 펼쳐주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같이 비를 맞는 것이라고 강남구 씨는 생각한다. 아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줘야 아이가 부모에게 다가오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어른인 저도 화가 났던 게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위로였어요.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다 안다는 식의 반응은 아이에게도 와 닿지 않아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지난 어버이날 민호는 두 송이의 종이 카네이션을 아빠에게 선물했다. 힘주어 써내려간 손글씨로 자신을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돌봐주는 아빠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아빠는 친구가 밉고, 음식이 맛없다고 말하는 민호에게 조언을 주기보다는 공감하려 한다. 아빠나 엄마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민호 옆을 지키는 한 명의 친구가 되려는 것이다.

“육아는 짝사랑 같아요. 역지사지는 결국 부모만 가능하거든요. 아이한테 왜 힘든 엄마 마음을 몰라주냐고 애원해도 소용없어요. 아이는 몰라요. 자라면서 수많은 경험을 해봐야 부모를 이해하죠.”


아빠가 고군분투하는 지금 이 시간을 민호가 이해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아빠는 짝사랑하느라 아프고 외로울지 모른다. 아내와 민호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처럼 아빠가 지켜나갈 양육법칙은 하나다. 지금 꼭 안아 줄 것. 아빠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이 진정한 행복이란 걸 알았다. 엄마의 부재를 스스로 견뎌야 할 아들 옆에 늘 아빠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아빠의 바람은 하나다.
 

  • 육아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이미지
    강남구
    평일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이자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주말엔 글쓰기 강사로 일한다. 주부 아빠로서 성장해가는 그의 하루는 블로그(blog.naver.com/areopagi)와 한겨레 베이비트리에서 연재하는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에서 만날 수 있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금 꼭 안아 줄 것]의 저자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도울 수 있다
“할머니는 엄마보다 쿨하다”

아이는 결코 부모 마음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손주와 기싸움을 하지 않는다. 인생에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해 보상심리도 없다. 엄마가 안절부절 아이를 야단칠 때도 오냐오냐 사랑해주고 만다. 할머니 육아는 심리부터 엄마 육아와 다르다. 한국과 미국을 종횡무진 오가며 손주를 키우고 있는 조혜자 심리학자가 할머니의 육아 심리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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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실곰실 까르르 천금 같은 내 강아지. “우리 외할머니 키는 늘어났다 줄었다 마음대로시다. 주홍색 내 스웨터 짜실 적엔 바늘보다 더 작게 납작해지시고 꿀 달라고 조르면 저 높은 시렁까지 쑥 늘어나신다. 내 발톱이 길어졌다고 나보다 반의반으로 작아지셔서 발톱도 깎아 주시고 저 하늘 까마득히 매달린 사과도 성큼 따 주신다 우리 외할머니 수퍼우먼”


손주 키워주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할머니들도 잘 안다. 부모로서 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런데 막상 직장 다니는 딸이 임신하고 육아를 고민할 때 선뜻 나서지지 않는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몸 여기저기 고장이 났고, 아이 키우는 일이 눈 맞추고 사랑을 주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몸을 움직여 먹이고 입히고 업어주고 재워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지만 할머니들도 배울 것도, 갈 곳도 많아요. 딸의 인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태 희생해온 내 인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죠. 그럼에도 워킹맘인 딸이 전담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세 살까지는 할머니가 키워주는 게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태어나 첫 3년 동안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그 힘으로 잘 자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육아 도우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긴 힘들다.


“할머니 노릇은 손주뿐 아니라 엄마 아빠가 된 자녀들을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100세 시대 라고도 하는데 딱 3년만 우리가 육아의 짐을 덜어준다면 삶에 허덕이는 자녀들도 가쁜 숨 고르고 새 힘을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 육아는 투자 대비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거죠.”


할머니만 아는 육아 기술이 있다


할머니는 엄마가 모르는 육아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선 남과 경쟁하는 마음과 보상심리가 없다. 미국에 가서 손주를 키워줄 때 딸이 “엄마, 나 그때 피아노 더 배우게 해주지”라고 아쉬워하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었다.


“부모는 은연중에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자녀가 이뤄주기를 기대해요. 하지만 할머니는 쿨하게 아이를 바라볼 수 있어요. 이미 자식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배웠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도 터득했거든요.” 긴 인생을 살다 보니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쿨한 여유가 있다. 덕분에 젊고 바빠서 엄마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할머니에게는 보인다.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학습 목표가 분명해요. 그 목표들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감정 변화와 인성교육을 건너뛰기 쉽죠. 나이 들어 좋은 건 삶의 모든 것이 느려졌다는 겁니다. 빠른 속도에 맞춰 살 필요가 없으니 여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옹알이하던 손주가 단어를 하나씩 말하기 시작할 때는 벽에 흰 종이를 붙여놓고 새로 말한 단어를 적어놓고 박수 쳐주며 좋아했다. 새로운 단어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보면 단어 하나를 깨우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에게 자아가 생기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귀한 성장인데도 젊은 엄마들은 ‘벌써부터 말을 안 듣는다’며 성가셔하기도 해요.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아이를 빠르게 키울 수는 없어요. 할머니의 여유로운 시간과 아이 유아기는 궁합이 잘 맞더군요.”


털어놓지 못한 엄마들의 속마음

젊은 엄마들은 할머니가 옛날 육아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아이 발달과 연령에 맞는 자극을 주며 키워줄까 걱정한다. 아이가 말이 늦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는 엄마도 있다. “아이를 키워주기로 했다면 할머니도 전문가가 돼야죠. 책도 읽고 부모가 바라는 양육 방식이 무엇인지,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많이 대화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아요.”


육아 사례비도 고민이다. 육아 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겨도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노후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부모님께 사례비를 드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얼마를 드려야 할지 고민된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실태 조사한 월평균 금액은 33만원이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어린이집 등원시간인 6~8시간을 제외한 공백시간에 돌봐주면 60만~80만원, 하루 12시간 주 5일 돌봐주면 월 100만원, 야근이 잦거나 직장이 멀어 주 5일 종일 돌봐주면 150만원 이상 사례비를 드린다.


“사례비를 많이 심리적으로도 바라는 것이 많아져요. 할머니도 돈 때문에 손주를 봐준다는 것이 정서상 불편합니다. 종일 아이를 돌보다 보면 육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할머니 스스로 깨닫기가 쉽지 않아요. 할머니는 자식들이 육아의 어려움을 공감해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됩니다. 작은 선물도 좋고, 주말에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추천해요. 아이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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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자 할머니
    전업주부로 딸 둘을 키우다가 친정 어머니의 육아 도움으로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여성 심리학과 발달심리학을 공부했다. “손주는 내가 길러주겠다”고 딸들에게 약속했었기에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큰딸이 할머니 육아를 요청하자, ‘내 인생은 어쩔 거냐’ 따져 묻지도 못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수십년만에 다시 아이를 키우면서 손주를 키우는 할머니들을 위한 책이 없어 아쉬웠던 경험을 토대로 [심리학자 할머니의 육아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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